Section 5.
진주 人 진주
2023
전국생활문화축제
진주에서 만난 전국의 생활문화,
즐기는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좋아하는 것 하나쯤은 마음에 품고 있다면 평범한 우리 일상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의 해답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전국생활문화축제입니다.
좋아하는 것으로 일상을 풍요롭게 채워나가는 사람들과 함께 한 2023 전국생활문화축제 현장 소식을 전합니다.
생활문화 동호인들의 전국체전으로 불리는 ‘전국생활문화축제’는 지난 2014년부터 매년 열리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생활문화축제라는 명성을 쌓고 있습니다.
공연을 하는 동아리는 최고의 무대를 위해 매일 연습하고, 전시하는 동아리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몇 달의 시간을 보냈을 텐데요. 그동안 현장에서 어떤 체험을 해야 좋을지 고민하며 취미 활동을 알리는 과정이 세대와 시대를 공감하는 축제의 장으로 성장한 겁니다.
전국생활문화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공모사업으로, 개최지를 공모로 결정합니다. 전국 8개 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참여해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공모에서 진주문화관광재단이 최종 선정된 이후, 지난해 5월 협약을 맺고 전국 동호인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106
2023 전국생활문화축제가 열린 지난 9월 15일, 전국 곳곳에 있던 생활문화인들이 진주성에 모였는데요. 진주성 공북문을 들어서자 접수처에서 참가자들을 반갑게 맞았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전국생활문화축제를 경험하는 분들을 위해 2023 전국생활문화축제를 숫자로 짚어보겠습니다. 그 첫 번째 숫자는 ‘106’입니다.
‘일상공감, 공감한데이’라는 주제로 전국에서 모인 106개 생활문화동호회는 소통하고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궂은 날씨와 함께해 아쉬움은 있었지만, 시민을 대하는 동호인들의 따뜻한 마음씨와 그동안 갈고 닦은 열정이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진주에서 열린 2023 전국생활문화축제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데요. 올해로 10주년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지나온 10년, 나아갈 미래를 담아 온오프라인으로 신청한 1,000여 명의 전국 생활문화인들이 출연하는 ‘함께한데이’ 개막식이 개최됐는데요. 지역 문화의 특색을 살리고 시민들의 문화 활동 참여를 늘어나길 기대하는 참가자들의 염원이 느껴졌습니다.
이번 축제는 모두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80대 어르신까지 1080 전 세대가 어우러진 플래시몹 댄스에는 100여 명의 참가자와 조규일 진주시장까지 함께해 개막식장을 축제의 한마당으로 만들었습니다.
‘특별한 동호회 자랑대회’에서는 챌린지를 통해 선발된 21개의 개성 있는 생활문화동호회가 참가해 생활문화를 일상에서 즐기는 방법을 시민들과 공유했습니다.
7년 전 부산의 한 생활문화센터에서 시작된 미술 동아리 ‘더스몰비아트’는 진주의 마스코트 하모를 비롯해 다양한 스텐실 도안으로 에코백을 만드는 체험을 준비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았던 도안은 단연 ‘하모’였는데요. 동생과 함께 에코백 만들기 체험에 나선 진주시 수정초등학교 6학년 강민기 학생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설명을 들으며 가방을 완성 중이었습니다. “직접 만드니까 생각보다 더 뿌듯하고 가방이 하나 더 생겨서 좋다”며 얼굴에 설레는 미소가 번졌습니다.
동호회를 오래 할 수 있는 비결이요?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는 동료가 있잖아요.
박영미 회원은 “어떤 체험을 준비할까 고민했는데, 작은 것이라도 정성을 들여서 가방을 만들면 버리기 힘들다”며 “가방에 글도 써보고 내가 만들었다는 자부심으로 오래 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7년간 동호회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함께하는 동료가 있기 때문이라며 지난 시간을 회고했습니다.
딸과 함께 나무에 색을 칠하고 액자를 만드는 체험에 집중하고 있던 한 시민 분은 “딸이 인터넷에서 보고 같이 가자고 해서 왔는데 색다른 체험 부스들이 많아서 신기하다”며 “음악도 들리고 산책도 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나무공방을 운영하며 다양한 체험 활동을 진행하는 이진형 작가는 “지역적으로 문화를 확산시킨다는 점에서 굉장히 좋은 것 같다”면서 “문화를 즐기는 시민들의 마음은 모두 똑같기 때문에 지역 문화들이 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앳된 얼굴의 한 남성이 특별한 체험을 하고 가라며 사람들을 불러 세웠는데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체험 부스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통영 바다의 보물이지만 해양, 대기를 오염시켜왔던 굴 껍데기를 활용해 노란 꽃이 올라간 방향제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통영 동원고등학교 ‘바다랑’이라는 동아리인데요. 통영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굴 껍데기를 업사이클링해서 방향제 만드는 체험을 준비했어요. 500개 정도 준비했는데 아이디어가 좋다, 재밌었다고 해주시니까 저도 뿌듯해요.”
전국에서 공모로 선정된 생활문화장인 ‘뽐씨’ 20개 팀도 마켓을 열어 저염 장아찌 만들기, 업사이클링 공예 등의 비법을 시민에게 전수했습니다.
어울림마당과 버스킹 무대에서 생활문화동호인들의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는데요. 청년,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랜덤플레이댄스, DJ파티, 그래피티 체험, 보드게임 등이 청춘광장을 젊음으로 뜨겁게 달구기도 했습니다.
이번 축제를 위한 사전 붐업 프로그램으로 지난 7월 생활문화 택배 사업인 ‘반주깨비’와 사전교류 공연전시 ‘다다다’, 청소년의 생활문화를 일러스트로 표현하는 ‘인생문컷 리퀘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반주깨비’는 진주 사투리로 소꿉놀이라는 의미인데요. 소꿉놀이를 하듯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진주지역의 특색을 담은 실크 한복 유등을 만들면서 세대가 함께 생활문화 활동을 하는 추억을 만들 수 있게 제작한 체험 키트입니다. ‘반주깨비’는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은 지 5시간 만에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는데요. 시민들의 관심에 보답하기 위해 진주문화관광재단이 300개를 추가로 제작해 2차 신청을 받았는데, 빨리 마감돼 생활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실감케 했습니다.
2023 전국생활문화축제 기록영상
모든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 헤르만 헤세 –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예술가에게 더 없는 위안이 된다.
헤르만 헤세는 예술을 삶의 최고의 가치로 이야기했는데요. 전국생활문화축제에 모인 생활 문화인들도 일상을 다채로운 예술의 색으로 아름답게 채워가고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것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동호회가 찾아주는 일은 꽤나 매력적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향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어든 요즘, 동호회를 통해 나를 들여다 볼 기회를 많이 갖는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인생이라는 것은 결국 나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일 지도 모릅니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면서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것이 생활문화축제를 이끌어 온 힘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