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를 명하다 – 진주세계민속예술비엔날레

Vol.07 2024 Winter

진주를 명하다

진주세계민속예술비엔날레, 문화와 평화를 잇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진주에서 ‘2024 진주세계민속예술비엔날레’가 열렸다.
전 세계 민속예술가들이 평화와 협력의 의미로 교류를 이어가자 진주가 세계를 이해하는 너른 마당으로 거듭났다.

세계 민속예술가들과 시민들의 축제인
‘진주세계민속예술비엔날레’가 올해로 3회를 맞았다.
진주는 2019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이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2018년도에 열린 프리비엔날레까지 더하면 총 4번의
세계민속예술비엔날레가 펼쳐졌다.
올해는 ‘평화를 향한 문화적 협력’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10월 17일부터 20일까지 국내를 포함해 9개 유네스코 창의도시의 예술가 155명이 모여 각국의 다채로운 민속 예술을 선보였다.

문화를 매개로 서로를 이해한다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유네스코 공예 및 민속 예술 창의도시인 진주는 진주세계민속예술비엔날레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먼저, 이 행사는 무엇보다 시민들이 평소에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세계 각국의 민속 예술을 진주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일상에서 다채로운 문화를 향유할 권리가 보장되면 문화의 다양성이 증진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가 존재하는 목적과도 맞닿아 있다.

또 진주세계민속예술비엔날레는 유네스코 창의도시들이 문화적으로 교류하고 유대를 강화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 특히, 소멸 위기에 놓여 있는 도시들의 민속 예술을 발굴하고 소개하여 그 도시의 가치가 재부각되고 이들에 대해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속 예술과 다른 예술 분야가 융합된 새로운 창작물을 발굴할 수 있고, 나아가 이 창작물을 국제 무대에 소개하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의미를 바탕으로 세워진 올해의 주제가 바로 ‘평화를 향한 문화적 협력’이다. 인간은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가 있어 어떤 상황에 놓일 때는 반목하고 갈등하기도 하지만 상호 교류를 통해 알아간다면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평화로운 세상은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2024 진주세계민속예술비엔날레’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다.

평화, 한국, 협업, 화합으로
문화적 경험을 만들다

올해 진주세계민속예술비엔날레 공연은 ‘평화’, ‘한국’, ‘협업’, ‘화합’이라는 네 가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총 나흘 동안 이어갔다. 첫째 날인 10월 17일 ‘평화의 날’에는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개막 공연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정애’가 John Lennon의<Imagine>을 부르고, 창원다문화소년소녀합창단이 <바람의 빛깔>, <노래가 만든 세상>을 맑고 고운 음색으로 들려주었다. 또 개막 공연에 이어 해외 창의도시 공연팀이 각 팀의 주요 작품을 선보이며 세계민속예술 특별 공연이 펼쳐졌다.

개막식에서 다양한 전통의식을 입고 <바람의 빛깔> 을 노래하고 있는 다문화소년소녀합창단 ‘모두’

에콰도르 몬테그리스티 시 르보치 그룹의 공연.
르보치는 에콰도르의 소리유산이자 영혼의 전당을 알리는 서정적인 목소리로 많은 팬을 가지고 있다.

국내 유네스코 창의도시의
민속 예술이 어우러지는 융합 공연

둘째 날인 10월 18일 ‘한국의 날’에는 국내 유네스코 창의도시들이 협업해 만든 융합 공연이 펼쳐져 시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진주의 공연예술가들이 음악 창의도시 통영의 공연예술가들과 협업하여 창작한〈시대울림〉이라는 공연은 진주문화관광재단에서 운영한 ‘융복합 예술창작 지원사업’의 선정작이기도 하다.
또 ‘한국의 날’이라는 주제에 맞추어 ‘진주검무’와 ‘솟대쟁이 놀이’ 등 진주의 무형 문화유산 공연이 이어졌다. 지역에서 ‘진주검무’는 교방예술로 분류되지만 글로벌 관점에서 포크 아트(folk art), 즉 민속 문화이자 민속 예술에 속한다.

태국의 궁중 연희 ‘콘 가면극’의 전통을
잇는 수코타이 예술대학 공연팀의 창작 작품
‘망칼라 파리 댄스’와 ‘크라비 크라봉’ 공연

협업의 힘으로
새로운 예술을 만들다

셋째 날인 10월 19일 ‘협업의 날’에는 젊은 민속예술가들의 개인 공연과 국내외 예술가들의 협업 공연이 펼쳐졌다. 서울 남산국악당의 추천을 받아 전통 놀이인 널뛰기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였으며 진주문화관광재단의 ‘진주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몽골, 중국, 케냐의 예술가들과 진주 공연 단체들의 협업 공연이 이루어졌다.

중국 경덕진 시 취인 도자기 관현악단은 ‘민족의 것은 세계의 것’이라는 원칙 아래 20개 이상의 도자기 악기를 개발하고 중국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있다.

사람, 전통, 문화가 만나는 곳
비엔날레

넷째 날인 10월 20일 마지막 ‘화합의 날’에는 해외 창의도시 공연팀의 진주세계민속예술비엔날레 특별 공연에 이어, 비엔날레에 참가한 모든 예술가와 시민들이 함께하는 ‘대동한마당 단심줄 놀이’가 펼쳐졌다. 이 행사를 위해 진주의 예술가들과 시민들은 해외 참여 예술가들과 워크숍을 열어 전통 놀이를 배우고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멕시코 산크리스토발 시 ‘산크리스토발 크리에이티브’ 팀 공연. 음악가, 댄서, 배우, 의상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로 구성된 이들은 베르가모 이탈리아 2024, 토론토 캐나다 2023 등 주요 국제 무대에서 멕시코를 대표해 공연하고 있다.

전통 문화,
살아 있는 무형 유산

진주 도심 곳곳에서는 해외 창의도시 공연팀의 소규모 민속 공연이 열렸다. 케냐와 멕시코의 유네스코 무형유산 공연을 실제로 경험해 보는 워크숍이 마련되어 예술가들과 경상국립대학교 학생들이 체험할 수 있었다.

공예품 판매 & 체험, 다문화 플리마켓

부대 행사로 마련된 ‘세계무형유산전’에서는 진주의 무형유산 6종과 해외 유네스코 무형유산 공연 소품을 전시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열린 ‘지구촌 플리마켓’에서는 진주 공예품을 판매하고 체험하며 다양한 지역의 물품을 탐색하고 구입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었다.

‘전통인 동시에 살아있는 문화, 무형유산’을 주제로 열린 세계무형유산전.

에콰도르의 수공예품인 토키야 밀짚모자
(일명 파나마 모자).
토키야 짚 모자 생산기술은 2012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진주세계민속예술비엔날레,
국제 문화 예술 교류의 허브

올해는 진주세계민속예술비엔날레가 국제적인 민속 예술 분야 비엔날레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해가 되었다. 진주 시민들은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었고, 지역을 중심으로 한 국제 문화 예술 교류의 필요성을 함께 공감하였다.
올해 해외에서 참가한 민속 예술 공연팀들의 수준이 이전에 비해 월등히 향상되었고, 동반 행사로 진행된 ‘진주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와 ‘융복합 예술창작 지원사업’에 참여한 국내외 예술인들도 훌륭한 공연을 선보였다. 이들은 단순히 동일 분야 간의 교류와 협업에 머물던 이전의 제한된 활동과 달리 스토리를 기반으로 문화적 특징을 엮어 내는 창작 활동을 선보였다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진주세계민속예술비엔날레는 진주와 전 세계 창의도시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를 교류하고 즐기면서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 가는 장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시민들에게는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하는 너른 마당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