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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만나다
한국예총진주지회
주강홍 지회장
(사)한국예총진주지회 주강홍 지회장을 만나다
10월 13일, 진주성 내 임진대첩계사순의단에서 성화 채화를 시작으로 개천예술제가 막을 올렸다.
‘펴자! 나누자! 안아보자!’를 슬로건으로 57개의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저마다 갈고 닦아 세상에 내어놓은 예술인들의 작품이 꽃이 되어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예술제의 효시인 개천예술제는 문학과 미술, 음악, 무용, 연극 등 각 부문에서 수많은 예술인들을 탄생시켜 왔다. 따라서 지금의 개천예술제를 바라보는 것은 이 시대의 예술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며, 다가올 예술계를 조망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72회 개천예술제를 이끈 주강홍 (사)한국예총 진주지회장을 만나 현재의 지역예술 환경을 살펴보는 자리를 가져보았다.
(사)한국예총 진주지회에서 1년 동안 개천예술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한국예총 진주지회는 어떤 곳인가요?
사단법인 한국예총 진주지회는 문학, 음악, 미술, 연극, 연예, 사진, 국악, 무용, 이렇게 8개 협회 회원단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존하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이 총망라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예술인들의 생각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기획을 대신 돕기도 합니다. 예술이라는 건 엄밀히 보면 개인이 하는 것인데요, 예술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술 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예술인들이 힘들어하는 어떤 영역이 있으면 한국예총 진주지회가 대표성을 갖고 일을 집행합니다. 이렇게 예술인들을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고 지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문학이든
예술인들은 정점에서 서로 만나
영감을 얻고 교감을 나눕니다.”
진주시에는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단체들이 있는데요. 다른 문화, 예술 기관 및 단체들과의 구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예총 진주지회가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문화라는 것의 범위는 굉장히 광범위합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과정이 ‘문화’라면 ‘예술’은 관객이나 독자, 그리고 우리 사회에 감동을 주는 장치라고 봅니다. 이러한 점에서 각자 고유의 영역이 있는 것이죠. 따라서 문화와 예술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한국예총 진주지회는 지역 예술인들의 연합 단체이기 때문에 지역 예술을 대변할 뿐만 아니라, 지역 예술을 궁극적으로 더욱 발전시키고 세계화하기 위해 예술인에게 더 많은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예술인들 간의 콜라보 기회를 늘려 나가는 것입니다. 각각의 예술인들이 가진 장점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만들기도 하고요. 또 예술인, 그리고 예술단체와의 틈을 메우기도 하는 것이죠. 그것이 한국예총 진주지회의 역할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올해 개천예술제를 마무리했는데 감회가 어떻습니까?
개천예술제는 늘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축제는 끝났지만, 했던 일들을 다시 점검하고, 축제의 열기가 식기 전에 아쉬웠던 부분들은 고민합니다. 잘못된 점도 반성을 하죠. 다가올 개천예술제의 완성도를 더 높이기 위해서 끝없는 고민을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깊은 사고가 필요한 법이지요. 아쉬움이 없다면 그 작가는 죽은 것입니다. 자기반성, 자기 자괴감이 없으면 예술인이 아닙니다. 끝없는 성장을 위해서 발버둥 칠 때, 그때가 진정한 예술인이죠. 나이가 90세가 넘는 작가도 늘 자신의 작품이 아쉽고 후회스럽고 불만족스러운 것처럼요. 축제도 그런 마음으로 해야 된다고 봅니다.
올해 개천예술제에서 아쉬운 점은 뭐였습니까?
세상의 예술은 항상 변하기 때문에 예술에 능동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행정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행정적으로 보는 행사의 척도와예술가들이 바라보는 행정적인 지원 사이의 격차가 있어서 늘 아쉽지요. 그래서 예술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행정과 좀 더 가까이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예술가들과 시민들 사이에서도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있습니다. 대외적으로 잘 된 행사라는 평가의 잣대가 단순히 사람을 많이 모으거나, 사람들의 관심을 높이는 것이라면 방법은 간단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만 출연시키면 됩니다. 그런데 저희와 같은 예술단체는 설령 사람이 많이 오지 않더라도. 꼭 지켜야 하는 전통과 맥이 있고 그것을 잘 간수해야 하는데 만약 한국예총 진주지회마저 비인기 분야를 외면한다면 그 문화예술은 말살되는 것이죠. 일본의 전통 연극인 ‘가부키’나 태국의 가면 춤극 ‘콘’이 여전히 살아있는 것 또한,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전통문화 예술인들이 있기 때문이거든요. 물론 시민들의 관심도 있겠지만요. 진정한 예술의 진수를 나누고자 개천예술제를 찾아오시는 분들을 위해 우리 예술인들이 예술혼을 이어갈 수 있는 수준 높은 기회의 장이 되도록 해야만이 개천예술제가 살아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축제장 운집도를 평가하거나, 계량함으로써 축제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개천예술제를 열려면 많은 직원들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텐데요. 어떻게 준비를 하십니까?
예술제가 끝나면 결산을 하고, 부족했던 점을 점검합니다. 이후 자체 점검이 끝나면 내년도를 준비하기 위해 1~2월에는 간담회를 열고 여러 단체들과 수정 보완할 부분이 무엇인지 의견을 청취하고 취합합니다. 매년 4~5월쯤에는 행사 준비를 시작하는데요. 그 준비 기간이 5~6개월 걸립니다. 개천예술제에서 보통 57개의 행사를 하는데, 연중 예술제 외에도 예총의 각 지부에서 실시하는 다른 행사들도 많기 때문에 집중해서 준비를 합니다.
한국예총진주지회에서 개천예술제 이 외에도 다양한 행사들을 열고 있는데 어떤 행사들을 열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개천예술제를 비롯해서 진주 출신 작곡가 정민섭을 주제로 하는 진주호반음악제, 진주시 밴드 음악 축제, 진주시민합창 페스티벌, 진주시 초등학교 합창 경연대회 등 많은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생하는 직원들에게는 수장으로서의 늘 미안함이 있습니다.
“예술인들은 영감을 얻기 위해
안테나를 매일 닦고 연습을 합니다.”
지회장님께서는 예술인이시기도 한데요, 이러한 경험들이 개천예술제를 이끄는 데에 어떤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예술인들에게 예술이란 것의 의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필연적인 것입니다. 저는 시를 쓰는 예술인이다 보니 예술에 대한 집착도가 아주 높습니다. 그리고 예술인에 대한 이해도의 폭도 넓혀 왔습니다. 결국 예술은 세상을 아름답게 하자는 것이거든요. 이러한 점을 전제로 시민들에게 공감을 주고 감동을 주는 장치들이 어떠한 것인지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는 예술에 대한 깊이가 조금 더 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인들은 영감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늘 안테나를 닦고 있습니다. 예술은 저마다의 영감을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거든요. 하나의 감정을 어느 장르에서 표현하느냐에 따라 장르가 달라지는 것입니다만 정점에서는 모든 예술이 하나로 귀결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장르로 구분되더라도 결국 예술가와 감상자 모두가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개천예술제가 진주에서 태동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1948년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1주년을 기념해 1949년 설창수 선생을 비롯해 박생광, 이용준, 이경순, 오제봉, 박세제 등 진주의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일제로 말살되었던 민족정기를 다시 살리고자 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고 우리 고유 문화 부흥을 위해 ‘영남예술제’를 개최했습니다. 이러한 방향성이 좋으니까 5년 후에는 지금의 ‘개천예술제’로 이름을 바꾸고 국가원수가 참여하는 전국적인 행사로 발전했습니다. 2000년쯤 개천예술제의 한 부분이였던 유등축제가 명성을 얻고 실행조직인 예술재단을 설립하여 체계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죠. 같은 사례가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개천예술제는 진주예술의 동력이 되어서 새로운 주요 문화행사로의 발전을 지원하기도 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태동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저희 예총은 진주문화관광재단과의 협치, 협업을 통해서도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정서적인 함양이나 예술적인 가치를 확대 재생산하는 역할을 같이 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 당시
예술인들이 긍지 하나로 버텼듯이
어떠한 위난이 있더라도
예술은 죽지 않을 것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예술계가 어려웠는데 이런 위기와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예술활동은 늘 위기이고, 늘 기회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위기일 때의 영감을 바탕으로 하는 예술이 나오기도 하고, 넉넉한 환경에서야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예술은 환경에 맞게 탄생되거든요. 6.25 전쟁 당시에도 예술이 있었잖아요? 코로나19 당시 예술인들에게 창작의 발표 기회가 없어져 많이 아쉬웠고 암울했지만, 코로나19를 모티브로 해서 새로운 예술이 많이 시도되었죠. 우리지역 예술인들은 코로나19 사태에도 긍지를 가지고 버텼던 역사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런 위난이 있을지라도 예술의 존재감은 죽지 않고 식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예술인의 본질적인 각오고요. 그렇게 해야 하는 기상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개천예술제는 어떻게 발전해 나갈 계획인가요?
그동안 개천예술제가 가지고 있던 장점을 유지하고, 동시에 자기반성을 통해 개선할 부분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예술은 당장의 인기나 수치에 연연하지 않으며, 비인기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조직원들 간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서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고, 2024년 개천예술제가 보다 높은 예술적 완성도와 만족도를 갖춘 행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획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노력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꼭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신가요?
꼭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예술인들은 자정의 능력과 분출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현실과 환경을 항상 냉정하게 평가하고 비판하며 더 나은 길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행정적인 부분에서 많은 분의 협조에 감사하지만, 동시에 문화와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려면 행정을 집행하는 분들의 보다 큰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 관심을 확대해주길 바랍니다. 예술인들이 가진 위상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이나 공간이 넓어지는 것이 우리가 가진 바람이자 희망입니다.